민주·조국당 통합, 산 넘어 산…'밥그릇 싸움'이 관건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6-01-27 16:29:52
유급 당직자 최대 200명…희생 규모·불만 비례
지방선거 출마자·총선 지역위원장 정리도 난제
합당 제안, 정청래 연임용 vs 靑의 鄭 견제 포석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27일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장례가 이날부터 닷새간 치러지기 때문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차려졌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상주를 자처해 조문객을 맞았다. 정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상임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주엔 애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정 대표 합당 제안 후 양당은 통합 형식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조 대표는 24일 "혁신당의 DNA가 보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25일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또 민주당 당명을 그대로 사용할 것처럼 말했다. '흡수 통합'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조국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전날 "오해가 생기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발끈했다.
양당 신경전은 '지분싸움'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 162석 거대 여당인 민주당으로선 '당 대 당 통합'은 손해가 막심하다. 비례대표 의원 12명으로 구성된 소수 정당과 지분을 나눠야한다는 점에서 많은 양보가 불가피하다.
조국당과 포지션이 비슷했던 2000년대 초반 개혁국민정당.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노 인사들이 주축이었다. 개혁당은 2003년 말 새천년민주당에서 탈당한 친노계가 열린우리당 창당을 추진하자 적극 협력했다. 당시 유시민 대표 등 당권파는 당을 해산하고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열린우리당이 2004년 총선에서 152석을 얻은 뒤 개혁당 출신들의 위세는 대단했다. "창당 과정에 기여해 지분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개혁당파는 사무처 당직자 자리 등 '밥그릇'을 철저히 챙겼다. 승진도 빨랐다. 반면 열린우리당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컸다. 계파 간 반목이 쌓여 갈등을 키웠다.
정당법(제30조)에 따르면 정당 내 유급 사무직원 숫자는 중앙당(100명)과 전국 17개 시·도당(100명)을 합쳐 200명으로 제한된다. 민주당은 집권당이라 유급 당직자가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당은 민주당 당직자의 '희생'을 예고한다. 흡수 통합이 진행돼야 그 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당직자 반발은 1차 걸림돌로 꼽힌다.
6·3 지방선거가 넉달 뒤라 지역 출마자들의 교통정리도 난제다. 여기에는 국회의원 재·보선, 8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맞물려 범여 권력 재편 향배가 좌우될 수 있다. 향후 행보가 가장 주목되는 건 조 대표다. 서울·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 도전보다 국회 입성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출마지로는 전북 군산·김제·부안갑과 인천 계양을 등이 거론된다. 부산시장 선거를 준비 중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 지역구(부산 북갑)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조 대표 출마지는 이미 조율된 것으로 안다"며 "당선이 유력한 호남이나 조 대표 고향인 부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통령 지역구인 계양을도 후보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청와대 김남준 대변인이 출마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승리와 조 대표 체급을 감안할 때 서울·부산시장 선거 차출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과 전 의원이 선전하고 있어 관심이 떨어진다.
여권에선 정 대표의 합당 제안 배경을 놓고 엇갈린 관측이 나온다. 우선 연임을 위한 자발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있다. 8월 전대를 통해 당권을 다시 장악하려는 정 대표가 친문계 지원을 얻기 위해 조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얘기다.
반면 정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압박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정 대표 독주를 막기 위해 합당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정 대표가 마지못해 받아들였다"며 "그 불편한 마음을 긴급 기자회견으로 표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8월 전대"라며 "정 대표와 조 대표 지지층이 일부 겹쳐 표가 분산될 수 있다"고 짚었다. 8월 전대 출마설이 나오는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합당하면 지역 출마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양당 간 충돌이 번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텃밭이자 조국당 지지기반인 호남 내 불만이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인 윤준병 의원은 22일 SNS를 통해 "결격자들의 억지성 합당 지분권 요구로 인한 갈등이 벌써 눈에 보인다"며 조국당을 겨냥했다.
민주당에서 지방선거 공천을 받기 어려운 인사들이 상당수 조국당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합당이 추진되면 이들에겐 불리한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어 거부감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선 지역위원장 자리도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결국 합당 형식에 따른 지분 정리 문제가 두고두고 내홍의 불씨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에선 이언주 최고위원 등이 정 대표에 대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합당 과정이 산 넘어 산인 셈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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