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당후사 멸종 국힘…공천갈등·인물난은 필연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6-04-07 17:09:06
무소속 출마 시사 주호영에 "선당후사하라"는 김영환
당권 집착 장동혁, 당에 불행…유승민 불출마도 관련
노선 변화 거부 張, 李대통령 만나선 "국정기조 바꿔야"
6·3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작업을 큰 차질 없이 진행하며 순항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천 갈등과 인물난 등으로 좌초 위기다.
대구시장 경선 논란은 각자도생의 끝판왕이다. 지난달 22일 컷오프(공천 배제) 여진이 보름 넘게 이어지는 상황이다. 당사자인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며 반발하고 있다. 주 의원은 특히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는데도 멈추질 않는다. 지난 6일 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산이다.
그는 당내 최다선(6선)으로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다.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7일 "당의 결정을 누구보다 따라야할 최고참 중진이 되레 역행하며 공천 분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의원들 사이에서 반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현역 광역단체장 중 첫 컷오프를 당한 김영환 충북지사는 삭발까지 단행하며 항의했다. 김 지사도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인용 결정으로 공천 경쟁 기회를 잡았다. 그는 장관까지 지낸 4선 중진 출신이다.
김 지사는 전날 KBS라디오에서 주 의원 등을 향해 "억울하고 답답한 분들도 경선을 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지금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는 선당후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적 문제가 아닌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에 올바른 선택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무소속 출마를 만류했다. 김 지사는 가처분 인용 이튿날인 지난 1일 자신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도부를 압박한 바 있다. 내로남불 인상이다.
경기지사는 서울시장과 함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그런데도 경쟁력 있는 인물을 구하지 못한 건 무능한 당의 민낯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관위는 이날 경기지사 후보 추가 공모를 의결했다. 예비후보로 양향자 최고위원, 함진규 전 의원이 등록했으나 인지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인 유승민 전 의원이 적임자로 꼽혔다. 개혁 성향의 유 전 의원은 중도·무당층에 소구력이 있어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당 지도부는 출마를 요청했으나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지를 꺾지 않았다. 김문수 전 대선 후보, 안철수 의원 등도 고사했다. 승산이 없어 몸을 사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지난달 31일~지난 2일 전국 유권자 1001명 대상 실시)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18%였다. 갤럽 조사론 현 정부 출범 후 최저치다. 서울은 13%, 인천·경기는 17%였다.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 힘들 만큼 당 지지율이 바닥이다.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텃밭인 대구와 경북을 빼곤 모두 졌다. 그러나 이번엔 대구마저 잃을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이 지경이 된 건 위기 때마다 돌파구가 됐던 선당후사 정신이 실종된 탓이다. 명맥을 지켜야하는 중진들이 외면하고 있는 게 큰 문제다.
그간 총·대선을 앞두고 당이 대형 악재로 코너에 몰렸을 때 중진들이 선당후사를 주도한 사례가 적잖다. 앞다퉈 불출마를 선언하며 헌신·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이 많았다. 지금 국민의힘의 난국은 선당후사 멸종의 필연적 산물인 셈이다.
친윤·반탄파 간판 장동혁 대표가 취임한 건 결과적으로 당에 불행이다. 당권에 집착해 강성 지지층에 편승하는 장 대표는 '선사후당'의 전형으로 지목된다. 정적을 제거하는 '뺄셈정치'로 내분을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키웠다. 개인정치를 위해 당을 망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대표적인 반윤·찬탄파인 유 전 의원이 출마를 거부한 것도 사실상 장 대표 때문이다. 정치의 결이 아주 딴판이다.
장 대표는 전날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곤욕을 치렀다. 면전에서 참석자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5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인천 민심이 처참할 지경"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윤 의원은 "우리 당이 후보들에게 힘이 되는지 아니면 짐이 되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며 "당 중앙이 혁신한다는 비상체제로의 전환을 후보자들이 원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윤 의원은 대표적인 반탄파로 '윤 어게인'과 가까운 목소리를 내온 친윤계다. 이제와서 수도권 민심을 거론하며 혁신을 압박하는 건 면피성 행보로 비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 없는 보수는 다시 무너지고 통합 없는 보수는 결코 이길 수 없다"며 "더 바꾸고 더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전날 채널A 방송에선 인천 현장 최고위와 관련해 "쓴소리들을 더 자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 대표가 노선을 바꾸거나 희생·헌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 5일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해 지선 후 정강·정책과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선거 참패에도 '사퇴 불가'의 뜻을 못 박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장 대표는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오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국민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공소취소한다고 물가가 떨어지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제라도 국정운영의 기조를 전면적으로 바꿔달라"고 촉구했다. "야당 목소리에도 더 귀를 기울여달라"며 협치도 요청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장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전환 등을 주문하는 건 누워서 침 뱉기"라며 "당내 요구를 모두 거부하는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 대표가 '국힘의 짐'이라는 걸 혼자만 모르고 있다"며 "영수 회담하며 대접받고 대여 공세를 하는 것이 당대표 역할의 전부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국갤럽 조사는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2.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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