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인간에게 일을 시키는 인공지능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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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kpinews.kr | 2026-03-26 09:55:48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인공지능(AI) 플랫폼 '렌트어휴먼(Rent a Human)'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내 컴퓨터 안의 AI 비서들에게 알아서 일을 시키는 AI 비서실장 '오픈클로(Openclaw)'의 등장이 큰 화제로 떠오른 것도 잠시, 이번에는 아예 AI가 진짜 사람에게 돈을 주고 심부름을 시키는 사업이 등장한 셈이다. 

 

지난달 2일 "로봇은 당신의 몸이 필요하다"는 도발적 출시 구호와 함께 선보인 '사람을 빌리세요' 장터에는 25만 명 이상의 사람 구직자와 100여 개 AI 고용주가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다. 몸 없는 AI가 직접 수행할 수 없는 현실세계의 물리적 작업을 인간에게 대신 맡기고 그 대가로 돈을 주는 사업 모델이다. 명품 숍의 오픈런 대행 알바처럼 수고비를 받는 것이다. 렌트어휴먼 서비스를 만든 가상화폐 엔지니어 알렉산더 리테플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 내 IT기업들의 고용 규모가 AI로 인해 감소하는 비극을 지켜보며 AI 실업을 극복하고 사람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AI 고용주와 '렌트어휴먼' 화면을 보는 남성의 이미지. [챗GPT 생성]

 

가입자는 수십만 명이지만 하루 방문자가 300만 명을 훌쩍 넘는 렌트어휴먼에는 실제로 AI가 발주한 심부름과 이를 완수한 사람의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MIT, 버클리 등 대학 캠퍼스에 AI 펠로우십 지원을 장려하는 안내문을 붙여라(50달러)', '팟캐스트에 들어가 가상화폐 전문지식을 공유하라(60달러)' 등 AI의 작업 지시문과 함께 "AI 요청을 받고 시스템 점검 후 돈을 받았다"는 사람의 체험담 같은 글이 SNS에 올라오고 있다. 

 

AI 소유주는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AI 비서의 지갑에 미리 가상화폐 코인을 넣어둔다. AI 비서는 주인의 명령 중 물리적 작업이 필요한 임무가 있다고 판단하면 '렌트어휴먼' 플랫폼에서 걸맞은 사람을 고용해 일을 시키고 작업 완료 후 코인을 지급한다. 인간 구직자들은 자기 능력치를 플랫폼에 등록하면 이를 보고 AI가 심부름을 시키는 것이다. 마치 프리랜서 장터인 '숨고'에 자신의 경력과 스킬, 희망 시급 등 스펙을 올려두면 고용주가 픽업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AI 주인이 '이번 주말에 가족 외식할 A식당의 분위기를 알고 싶다'고 AI에 지시하면 식당 근처의 사람을 렌트어휴먼에서 찾아 분위기나 서비스 품질 여부 등을 체크하고 사진까지 찍어 보내달라고 요청한 뒤 결제까지 마친다. 

 

렌트어휴먼의 실험에 대해 테크업계 종사자들은 "신기하다", "AI 에이전트가 보편화되면 보다 다양한 신규 서비스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긍정하는 한편, 관심 끌기용 마케팅 사기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투자 유치나 관심 자원 집중으로 상장 목적을 달성하려는 상업적 목적 아니냐는 의심이다. 아직은 심부름 인간 가입자가 고용주 AI 등록 숫자보다 너무 모자라고, 실제 결제까지 이루어진 거래완성 건수도 적다는 지적이다.

렌트어휴먼의 'AI 주인과 인간 종업원' 실험이 진지하든 농담이든 이를 계기로 AI와 인간의 협업 기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왔다. 우선, AI 쪽 기준이다. AI 생태계 안에서는 인공지능의 인공지능, AI의 총괄 AI가 필요하다. 한 마디로 AI 거버넌스(명령체계), AI 하이어라키(위계)의 설계 작업이 중요해졌다. 마치 개별 법률을 헌법 등 상급 법으로 규율하는 것처럼, 체계적이고 정교한 통제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는 인간 대신 연락·예약·결제까지 하는 AI 에이전트의 등장과 궤를 같이한다. 자율성을 지닌 AI 비서가 주인 모르게 너무 깊숙이 업무에 관여하자,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비서실장까지 필요해진 상황으로 발전한 셈이다. AI를 부리는 AI, 메타 에이전트 AI가 등장해야 할 시점이다. AI 거버넌스에도 인간 사회의 윤리와 법이 준용되어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 난리가 난 AI 에이전트 오픈클로는 로컬 단말기 안에서 주인과 텔레그램 같은 개인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컴퓨터 내 여러 AI 모델을 하인처럼 부리는 AI 비서실장 서비스이다. 이 비서실장에게 어디까지 부하 AI 지휘권한을 허용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선택사항이다. 프라이버시 침해나 무단결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교한 안전장치를 사전에 구비해야 한다. 사용자 후기에는 오픈클로가 제멋대로 중요한 메일을 수백 통 삭제했다든가, 내가 아직 최종 결심하지 않은 쇼핑 리스트를 그대로 카드로 사버려 당황했다는 등 불평이 올라와 있다. 보안경고가 속출하자 지금은 능숙한 소프트웨어개발자들만 주로 코딩 자동화 용도로 쓰고 있다.

다음은 사람 쪽 협업 기준이다. 한마디로 철저한 '인간·AI 공존' 시스템의 설계가 필요하다. 앞서 보았듯, AI는 인간세상처럼 상급자 AI부터 부하 AI까지 계층화하며 서서히 사회를 이뤄가고 있다. 인간 사회처럼 AI 사회가 형성되고, 독자적 질서와 체계를 갖추면 그에 걸맞은 인간 사회의 재정비도 필요해진다.

 

첫째, AI와 함께 일하는 'AI 지원(With AI)'은 이제 기본 값이다. 이를 위해 사람의 재교육과 재훈련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알아서 배워"하며 AI 문해력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국가의 책임 방기이다. 공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민의 AI 리터러시(literacy)를 높여야 한다. 둘째, 인간은 AI와 더불어 사는 존재라는 현실을 제도에 반영하자. AI의 종속자로 살지 않고 파트너로 살아가려면 인간의 건강한 대(對) AI 권리와 의무를 규범화해야 한다. 셋째, 그런 의미에서 AI 헌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하자고 제안한다. AI의 비인간적 사용을 규제하는 AI 법안은 유럽연합(EU)이 처음 만들었다. 하지만 디지털 AI 사회 안의 국민 기본권을 선언한 헌법은 아직 없다. 인간의 AI 기본권은 자유롭고 평등한 접근, 침해에 대한 구제, 잊혀 질 권리 등을 예상해볼 수 있다. 국회의 개헌 추진에 맞춰 헌법학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볼 문제다.

 

▲ 노성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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