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태의 세계는 지금] 성큼 다가온 '무인(無人)전쟁' 시대

| 2019-09-25 09:35:34

▲ 전쟁에서 드론의 사용은 별반 새로운 일이 아니다. [UPI뉴스 자료사진]

 

지난 14일,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 정제시설에 대한 드론 폭격은, 인류의 전쟁사에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서막이랄 수 있다. 초(超)고효율 저비용 무기가 보편적 사용단계에 이르렀고, 이제 전쟁 당사자 어느 누구도 절대적인 전투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본격적인 무인전투 시대에 들어섬으로써 기계가 인간의 전투를 대리하는 새로운 전쟁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전쟁에서 드론의 사용은 별반 새로운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예멘 반군세력이 지난 5월과 작년 7월에도 사우디 아라비아에 대한 드론 공격을 시도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 정찰드론(RQ4 Global Hawk)을 자국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격추시킨 바 있다. 또 7월에는 반대로 같은 지역에서 미군이 이란측 드론을 격추시키는 등 현대전에서 드론의 사용은 이미 일상사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우디 국영회사에 대한 드론 공격은 비대칭 전략무기의 극단적 효율성을 직접 목격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간 우위에 있던 전쟁 당사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이 되고 있는 것이다.

드론의 범위를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무인 비행체(Unmanned Aerial Vehicle, UAV)로 정의한다면, 드론을 처음으로 전쟁에 사용한 사례는 1849년 당시 오스트리아가 베니스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했던 무인 열기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1,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몇몇 UAV들이 만들어지거나 실전에 부분적으로 투입되어 왔으나 본격적인 전략무기의 위치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군사전문가들이 흔히 1세대라고 일컫는 드론 무기는 베트남전부터이다. 밀림에서 적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정찰용으로 드론이 본격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미국은 드론의 효용가치에 높은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 당시 드론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중국을 정찰하기 위해서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1990년대에는 코소보와 보스니아에서 정찰용으로 적극 활용되었다. 이스라엘 또한 1982년에 정찰용 드론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1992년에는 이를 폭격용으로 사용하기에 이르게 된다. 군사전문가들은 주로 정찰용으로 드론이 사용되던 시기를 1세대로 분류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드론 본격 변신

 

9·11 테러 사건 이후 드론은 본격적인 변신을 하게 된다. 9·11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미군과 탈레반 세력의 전쟁은 비록 한 달여만에 미군이 일방적으로 탈레반 세력을 축출하는 데 성공하기는 했으나 그 이후의 국지전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지형은 미군에게 극복하기 쉽지 않은 요소로 작용했다.

 

때마침 미군은 2001년 정찰용이던 RQ-1 프레데터(RQ-1  Predator)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해 실험발사에 성공한다. 같은 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개시되자 프레데터는 10월부터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전투용 드론으로 투입된다. 곧이어 이 모델은 정찰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RQ1 리퍼'라는 전투용 모델로 업그레이드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폭격용 드론 사용이 시작된다. 군사전문가들은 대략 이 무렵을 2세대 드론의 시작단계로 구분한다.

 

드론의 효용성이 드러나자,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외에 파키스탄, 소말리아, 예멘, 이라크 등과 같은 국가들에 대해서도 정찰용 및 폭격용 드론의 사용을 본격화하기 시작한다. 2011년 5월에는 드론이 은둔 중이던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냄으로써 그를 사살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에 이른다. 이 일은 드론의 무한한 잠재적 가치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미군의 드론 사용은 오바마 정권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중동지역, 특히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지상군 투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던 오바마는 폭격병기로서 드론의 사용을 적극 지지했던 대통령이다. 2013년 그는 "테러리스트와 특히 알카에다에 대해 드론 폭격을 하고 있으며 이는 합법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라면서 공식적으로 폭격용 드론의 사용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번 사우디 정유시설에 대한 폭격 성공으로 전쟁용 드론의 효용 가치는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드론만이 가지는 장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커다란 장점은 가성비이다. 예멘 반군측은 자신들이 '삼마드-1 (Sammad-1)' 드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만약 이번 사우디 정유시설의 공격주체가 예멘이 맞다면 폭격에 사용된 드론은 그 기종일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의 드론은 우리 돈으로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을 조금 넘는 선에서 제작이 가능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드론 10대를 공격에 사용했더라도 1억여원 조금 넘는 비용으로 세계 정유 생산의 5% 가량에 차질을 빚게 한 셈이니 비대칭 전략무기로서는 최대 효율을 발휘한 셈이다.

더 작은 비용으로 효용을 더 극대화할 수도 있다.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는 현재 군사용 드론의 범위를 무게 최소 2㎏에서 600㎏까지로 분류하고 있고, 비행거리를 200피트에서 6만5천피트 정도까지로 나누고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종의 분류 자체가 무색하리만큼 이미 드론은 무수히 많은 종류를 갖고 있고, 여기에 군사용과 일반용 사이의 구분도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있다. 장난감 같은 일반용 드론 역시 사용하기에 따라 가공할 군사용 무기로 변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8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던 드론은 군사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약 1㎏의 컴포지션4(C4) 폭약을 탑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사전문가들이 크게 두려워하는 상황은 드론과 다른 비대칭 전략무기의 결합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드론과 생화학 무기의 결합이다. "아무리 가난한 나라일지라도 생화학 무기를 만들 수 없을 만큼 가난한 나라는 없다"는 말처럼, 생화학 무기 또한 드론처럼 가성비 갑(甲)의 무기이다. 이론상 바칠루스 균에서 추출된 보툴리눔 독소 500g을 완벽히 고르게 살포하면, 지상의 모든 인류를 사망시킬 수 있을 만큼 생화학 무기의 비대칭성은 극단적이다.

 

그럼에도 생화학 무기의 살포는 간단치 않다. 이동이 어렵고, 살포자 자신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드론과의 결합은 미사일 사용 여력이 없는 소규모 게릴라들에게도 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조악한 드론조차 이 정도의 기능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전문가들의 우려를 단지 기우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방어수단도 간단치가 않다. 대략 폭과 길이 3m 이내 드론의 경우 일반 군사용 레이더로 탐지가 쉽지 않다. 물론 드론 탐지가 가능한 특수 레이더나 혹은 드론 잡는 드론이라 일컬어지는 드론헌터(Drone Hunter) 등이 속속 개발되고는 있지만, 탐지 반경이 통상 5㎞ 내외로 매우 짧아 급습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포괄적 방어가 어려운 탓에, 한마디로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드론으로부터의 완벽한 방어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드론은 가성비가 극히 좋은 무기이지만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무기이기도 하다. 특히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이 드론 사용을 공식 인정하면서부터 드론의 불법성 문제는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었다. 2013년 전직 미 공군 드론 조종사였던 랜던 브라이언트씨의 NPR 방송 인터뷰는 미국 전역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2006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근처의 비밀 트레일러에서 드론을 조종해 아프가니스탄을 처음 폭격했다고 실토했다. 당시 드론에서 발사된 헬파이어(Hellfire) 미사일이 어린아이들까지 사살했다고 폭로함으로써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첫 4년 동안 미국측의 드론공격은 약 400여회 정도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3400여명이 숨지고 그 중 900여명이 민간인인 것으로 파악되고있다. 영국의 인권단체인 리프리브 보고서는 파키스탄에서 2004~2014년 10년 동안 미국의 드론공격으로 237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정작 이 중 알카에다는 84명으로 4%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내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국제 인도법은 전쟁시 무력세력과 민간인을 구별하고, 합리적인 정도의 무력을 사용하도록 하는 이른바 공격의 '명확성'과 '비례성'을 규정하고 있는데, 드론공격은 이같은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접 국가들의 영공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일 자체가 해당 국가에 대한 주권침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인화된 전투장비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하지만 드론과 마찬가지로 무인화된 전투장비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다. 간단하게는 지뢰 등의 폭발물을 제거하는 팩봇(Packbot)에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본격적인 전투 임무까지 담당하는 탤론(Talon), 탤론에 기관포를 장착한 스워즈(swords)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주로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등의 산악 게릴라전에 활용했던 장비이다.

전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스라엘은 무인 전투장비에 특히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미 팔레스타인 국경지대에서 무인감시 차량을 상설 운용하고 있다. 이 차량은 무인 감시뿐만 아니라 대전차 미사일도 유도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는 장비이다. 초소형 정찰 로봇인 바이퍼(Viper) 역시 이스라엘의 전투병력을 대신하고 있다.

이밖에 프랑스의 정찰로봇 MK2, 러시아의 정찰 및 유탄발사 로봇인 플랫포르마-M(Platforma-M), 중기관 무장로봇인 볼크-2(Volk-2), 공격용 로봇인 스트렐로크(Strelok) 등 현재 무인전투 로봇의 개발은 이미 그 종류를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인 데다가 영국, 독일, 이탈리아, 터키, 대한민국 등 사실상 모든 국가들이 개발경쟁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무인 전투장비는 사용하는 측의 인명손실을 줄이고, 전투 자체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장비이지만, 어느 한쪽만 영구히 사용할 수 있다는 보증은 없다. 인권단체나 NGO의 비판은 별개로 하더라도, 이들 무기 사용의 보편화는 또 하나의 커다란 숙제이다. 이번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공격은 그러한 명확한 사례이다.

2000대 초반만 하더라도 드론은 미국의 전유물이었다. 당시로서는 제작이 쉽지 않고, 제작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지만, 드론 제작기술이 보편화되고 제품 자체도 일반화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국가 단위가 아닌 소규모 게릴라들조차 사용 가능한 무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다른 전투장비도 마찬가지다. 생산이 점차 보편화함에 따라 앞으로 이들 제품이 어느 특정 국가군의 독점물이 남아있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량생산과 제품의 소형화는 결국 소비에 있어서의 보편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고, 역으로 수요증가 자체가 공급을 유발하는 것 또한 막을 수는 없다. 윤리적으로 옳든 그르든, 특정 국가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이미 세계는 무인전투 시대에 발을 담그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3D 프린팅을 이용한 폭발물 제조에서부터 가상화폐, 이로부터 파생되는 암호화 기술, 인공지능(AI), 허위정보의 생산 및 유통에 이르기까지, 한때는 소수의 독점물이던 각종 파생적 전쟁수단들 또한 상호 보완 내지는 결합을 해나가면서 점차 보편적인 무인전쟁의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머잖아 인간이 직접 전투기를 조종하고 폭탄을 던지며 기관총을 쏘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옛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조광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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