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소동에도 SNS 마약거래 여전…'먹튀'도 난무

강혜영

| 2019-03-11 10:36:03

마약류 광고 게시물 중 30%가 허위…"익명성 탓에 감독 어려워"

"요즘 상황이 매우 안 좋습니다. 확실하고 안전하고 신속한 거래 #아이스 #작대기"

 

▲ 버닝썬에서 마약 투약 사태가 발생해 경찰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 텔레그램 캡처]

지난 5일 오후 3시께 트위터에 작대기(필로폰 주사기의 은어)라고 검색하자 올라온 글의 내용이다. 판매자가 올린 텔레그램 아이디를 검색하자 자신의 소개와 함께 마약류 인증 사진을 버젓이 올려놓고 있었다. 메신저로 가격을 문의하자 5분 만에 비밀 채팅방에 초대됐다. 판매자는 "1개에 70만 원, 반개에 40만 원"이라며 "지역이 어디냐"고 곧장 물어왔다.

이밖에도 아이스(필로폰 가루), 물뽕(GHB), 떨(대마초) 등 마약 은어를 포털이나 SNS에 검색하면 관련 판매 광고가 쏟아져 나왔다. 한 달여 전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 투약 사태가 발생해 경찰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SNS 통한 불법 유통 3년새 3배 이상 늘어 


지난 5일 헌법재판소는 마약 구매자도 판매자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마약 구매 자체도 마약 유통 및 확산에 기여하는 행위로 봐 책임을 무겁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2017년 6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마약 판매를 광고하는 행위만으로도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 대검찰청 인터넷 마약류범죄 모니터링시스템 운영 실적 [대검찰청]


그럼에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마약류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2017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대검에서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한 마약류 관련 불법 게시물 및 사이트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차단 요청한 수는 2015년 450건에서 2016년 1439건, 2017년 7890건으로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7년 기준 54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고, 이 중 25명이 구속됐다. 이는 2016년과 비교해 각각 9배, 5배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인터넷과 SNS를 통해 마약을 유통한 사범의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검찰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불법 유통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2015년 57명, 2016년 93명, 2017년 184명이다. 대검찰청은 "인터넷·SNS 등을 이용해 일반인들도 마약류 공급자들과 쉽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마약류를 소비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사고 파는 것에 더해 광고하는 것만으로도 적발 시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마약을 찾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온라인의 익명성에서 찾는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마약의 특성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에서 더 강화되는 것"이라며 "신분을 밝히지 않고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후 관리나 감독도 어렵다"고 말했다.

"강력한 처벌·예방과 치료 중심 수요억제책 병행해야" 

 

▲ 마약 판매상이라고 광고하는 아이디 15개를 텔레그램에서 검색해본 결과 이 중 7개의 아이디는 사기를 폭로하는 대화방과 함께 검색됐다. [텔레그램 캡처]


마약 거래를 이용한 사기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판매상이라고 광고하는 아이디 15개를 텔레그램에서 검색해본 결과 이 중 7개의 아이디는 사기를 폭로하는 대화방과 함께 검색됐다. 대부분 해당 판매자에게 마약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냈지만, 물건을 받지 못했다며 이른바 '먹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이 해에 발생한 마약류 광고 중 3분의 1이 사기였다. 단속된 29건의 광고 중 10건이 백반가루, 쑥 등을 마약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허위 광고였다. 재작년 6월 인터넷에 필로폰 등 마약류 허위 판매 광고를 4회 게시하고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온 필로폰 매수 희망자 13명을 속여 판매대금 명목으로 490만 원을 편취한 피의자를 서울중앙지검이 구속한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불법적인 거래의 경우 신고가 어려워 이 같은 사기가 성행한다고 진단한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사려고 하는 사람도 당연히 그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신고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쉽게 사기를 친다"면서 "또 해외 비밀 채팅 앱을 통해 거래가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로 신고를 한다고 해도 해외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급 경쟁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윤호 교수는 "판매 경쟁을 위해 판매자들끼리 서로 비방하고 '진짜네 가짜네' 하는 경우도 있다"며 "기본적으로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공급 경쟁의 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약 관련 정책은 공급을 제한하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강력한 처벌과 예방·치료 중심의 수요 억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강혜영·장기현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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