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文정부, 서해 공무원 피살 방치…조직적 은폐·월북몰이"

박지은

pje@kpinews.kr | 2023-12-07 11:30:32

최종 감사결과…서욱 전 국방장관 등 13명에 징계·주의 요구
"사망 전 발견하고도 장시간 방치, 참변 후에는 일제히 '월북몰이'"
사건 당시 서훈 안보실장, 서주석 안보실 1차장 조기 퇴근 확인
감사원, 文정부 자진월북 발표에 "피해자 사생활까지 부당 공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방치하고 피살 뒤에는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는 최종 감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사망 전에는 알고도 지켜만 봤고 북한의 피살·시신 소각 후에는 사건을 덮으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게 감사원 결론이다.

 

▲ 지난해 9월22일 전남 목포시 서해어업관리단 부두에서 열린 '서해 피살 공무원' 고(故) 이대준 주무관의 추모 노제에 유족들이 참석해 절하고 있다. [뉴시스]

 

감사원은 사건 당시 통일부, 국방부, 해안경찰청 등의 위법·부당 관련자 13명에 대한 징계·주의를 요구하는 처분을 내렸다. 13명에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3명을 제외한 10명은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을 한 20명에 속한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장관 등 5개 기관 총 20명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한 바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인 이대준 씨가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게 피살되고 시신이 해상에서 소각된 사건이다.

 

'초동대처 부실 및 사실 은폐, 수사결과 왜곡 등 위법·부당한 행위가 있었다'는 최종 감사 결과는 지난해 10월 중순 발표한 중간 감사 내용을 확정한 것이다. 감사보고서 원문은 국가 기밀 사항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최종 감사 결과에 따르면 안보실, 해경,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등 관계 기관은 이씨가 피살되기 전부터 사실상 손을 놓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보실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북한 해역에서 서해 공무원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받았으나 통일부 등에 위기 상황을 전파하지 않고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하지 않았다.
 

서훈 전 안보실장과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당일 오후 7시30분쯤 조기퇴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북한이 서해 공무원을 구조하면 상황 종결 보고만 하면 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당일 오후 6시쯤 안보실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았으나 보안 유지를 이유로 추가 정보를 파악하지 않았다. 아울러 국방부 등에 필요한 협조 요청도 하지 않았다.

 

국방부도 이씨의 신변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대북 전통문 발송 필요성 등을 검토하거나 안보실에 건의하지 않는 등 방치했다. 통일부, 합참, 해군 등도 관련 규정과 매뉴얼에 따른 신변보호 및 구호 조치를 검토·이행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봤다.

 

특히 통일부 납북자 관련 대북정책 총괄 부서장인 A 국장은 국정원으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아 이씨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파악했으나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규정에 따른 조치도 하지 않고 이씨 무사 여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당일 밤 퇴근했다.

또 합참은 당일 오후 4시대에 정황을 확인하고도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으로, 군에서는 대응할 게 없다'고 국방부에 보고하고 외면했다.

 

▲ 지난 7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서 열린 '북한군 피살 유족의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인 형 이래진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뉴시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이씨의 피살·소각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안보실의 '보안 유지' 지침에 따라 조직적인 사실 은폐 행위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관계 기관들이 사실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료 등을 삭제·왜곡하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에 개최된 관계 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이씨 시신 소각 사실에 대한 '보안 유지' 지침을 내리자 국방부는 2시 30분쯤 합참에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 지시를 받은 합참이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서 삭제한 비밀 자료는 23일 당일 60건, 이후 123건, 총 183건에 달했다.

 

아울러 언론·국회 대응에서 국방부는 이씨가 실종(생존) 상태인 것처럼 관련 문자를 기자들에 작성·배포하고 통일부는 이씨 피격 사건의 최초 인지 시점을 22일이 아닌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23일로 결정했다. 해경은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처럼 최초 실종지점을 그대로 수색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국방부, 국정원, 해경 모두 안보실의 '자진 월북' 방침이 사실과 다르다고 파악했으나 그 방침을 따랐다. 국방부는 '시신 소각'이란 군의 판단 대신 안보실 방침에 따라 '시신 소각 불확실'로 판단을 변경했고 '시신 소각'으로 분석했던 국정원도 새 증거가 없는데도 '부유물 소각'으로 판단을 바꿨다. 


문재인 정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을 수차 대국민 발표했다. 감사원은 "사실과 다른 내용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이씨의 사생활까지 부당하게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이번에 조치가 요구된 13명 중 서 전 장관, 김 전 청장 등 퇴직자 5명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이 징계 사유를 인사 기록에 남겨 향후 공직 재취업 시 불이익이 가도록 했다. 현직자는 징계 요구 7명, 주의 요구 1명, 총 8명이다.

핵심 관련자인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은 재판을 받는데다 재취업 가능성도 낮아 인사 통보 조치 대상에 포함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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