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사료, 유기농이 대세…원산지·함량 비율엔 '나몰라라'

장기현

| 2018-11-05 08:57:46

업체마다 자의적 해석 논란 가중되지만
지니펫·ANF·네츄럴코어 등 사료업계 "문제없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사료들에 대한 단일화된 유기농 인증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유기농 원재료의 원산지나 함량비율 등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유기농 사료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0년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펫푸드 시장규모는 지난해 8890억원 규모로 지난 2012년에 비해 두배 증가했고, 올해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유기사료 인증제도는 올해 12월 31일까지 표시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 [픽사베이]

 

이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유기농 사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많은 업체들이 유기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유기농 사료의 전통 강자 'ANF'에 이어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네츄럴코어', 홍삼성분을 앞세운 KGC인삼공사의 '지니펫'까지, 유기농 사료 빅3들의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단일화된 인증 제도 없어 기준 모호​


'유기농' 또는 '오가닉(Organic)'라는 단어가 들어간 사료는 별도의 인증 프로그램에 따라 유기농 사료로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 중인 사료들은 국내의 유기사료 인증제도와 미국의 NOP(National Organic Program) 인증제도, 유럽의 EU 인증제도 등 다양한 인증제도 가운데 하나의 인증만 받은 것이다. 즉, 단일화된 유기농 인증제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 유기농 로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제공]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시행된 유기사료 인증제도는 올해 12월 31일까지 표시 유예기간을 주고 있어, 내년부터 유기농 관련 인증기준이 단일화된다. 이마저도 해외에서 인증받는 제품은 올해 안에 제조 또는 수입된 제품까지 유예기간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모든 사료에 적용되는 것은 일반적인 유통기한 1년이 지난 2020년이 되어서야 가능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인증관리팀 관계자는 "새로운 인증제도로 체계적인 관리 시작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유예기간을 준 것"이라며 "많은 소비자들이 인증받은 제품을 알고 구매할 수 있도록 홍보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료업체 관계자는 "우리 사료는 프랑스의 한 유기농 인증기관에서 매년 인증을 받고 있다"면서 "올해 만료되는 유예기간에 따라 이후에는 국내의 유기사료 인증제도를 따를 것"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또한 "유기농의 아래 단계로 여기는 홀리스틱, 슈퍼프리미엄, 프리미엄, 그로서리(보통) 등의 사료 등급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유기농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들은 법적 근거가 없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유기농'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사료를 고르는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유기농'이라는 문구는 원재료명과 함량란에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즉 '유기농 닭고기', '유기농 고구마', '유기농 연어' 등의 표시는 원재료 자체가 유기원료라면 자유롭게 적을 수 있다.


원재료, 어디서 왔고 얼마나 들어있는지 몰라


하지만 현재 시판중인 제품들의 유기농 원재료에 대한 설명에는 원산지는 물론이고 함량비율 또한 표기가 없다. 그나마 함량비율에 관한 시행규칙에는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게 돼 있어 소비자는 '이게 많이 들어있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원산지는 전혀 알 길이 없다.

 

▲ ANF의 '유기농 6Free 플러스(소고기와 연어)' 제품의 사용한 원료의 명칭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강아지 사료 판매 1위를 기록한 펫푸드 전문브랜드 ANF의 '유기농 6Free 플러스(소고기와 연어)' 제품의 사용한 원료의 명칭을 살펴보면 유기농쌀, 유기농마이즈글루텐, 유기농현미 등 '유기농' 단어가 들어간 원료가 15개나 되지만, 말그대로 명칭만 나열돼 있다.


KGC인삼공사의 지니펫에서 판매하는 '지니펫홍삼함유기본식유기농'도 마찬가지다. 검증받은 유기농 원료와 정관장 홍삼을 활용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가장 많이 함유된 원료로 추측되는 유기농닭고기, 유기농보리 등은 물론 10번째로 기록된 홍삼까지 원산지와 함량비율에 대한 정보는 없다.


이는 유기농 사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어떤 사료 포장지에도 원산지와 함량비율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제조사가 사료에 들어가는 원료의 원산지나 함량비율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 사료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사용한 원료의 명칭만 적으면 된다.

 

지니펫 측은 "동물 사료에 있어 원재료의 원산지나 함량비율을 표기하는 것은 필수사항이 아니다"라며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산지관리과 관계자는 "유기농 사료를 비롯한 모든 사료는 식품위생법이 아닌 사료관리법을 적용받는다"며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원산지를 병기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료업체 관계자는 "원료의 8~9번째까지만 제대로 쓴다는 말이 있다"며 "10번째가 넘어가면 광고하고 싶은 원료를 최대한 앞에 적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최소한 유기농 주원료의 원산지와 함량비율은 표기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 관계자는 "사료에 포함된 조단백질, 조지방, 조섬유, 수분 등의 성분과 함량비율은 등록해야 한다"며 "원재료의 함량비율은 현행법상 아무 문제가 없지만 향후 관련 기관과 논의해볼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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