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첫 여성 집행위원장' 폰데어라이엔, 기대와 우려의 5년

김혜란

| 2019-07-17 10:41:26

찬성 383표로 집행위원장 확정, 가결정족수(374표) 겨우 넘어
11월 1일 임기 시작…브렉시트, 기후변화 주도 등 현안 산적
의사 출신·7명의 자녀 출산한 엄마…저출산 문제 해결에 관심

유럽의회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을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으로 공식 선출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 직에 여성이 오른 건 역사상 처음이다.


16일(현지시간) 유럽의회 다비드 사솔리 의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본회의를 열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후보에 대한 인준 투표를 한 결과, 재적 의원 747명 가운데 찬성 383표, 반대 327표, 기권 22표로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독일인이 EU집행위원장을 맡게 되는 것은 1967년 이후 52년 만이다.


▲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독일 정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0)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됐다. [AP뉴시스]


그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내정된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와 함께 향후 5년 동안 EU의 정상 자격으로 활동하게 된다. 폰데어라이엔은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된 뒤 인사말을 통해 "큰 책임감을 느끼고, 나의 책무는 이제 시작됐다"면서 "단합되고 강한 EU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건설적으로 함께 협력해 나가자"면서 유럽의회에 협력을 당부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각 회원국 정상으로부터 1명씩 집행위원 후보를 추천받아 집행위원단을 구성하게 된다. 유럽의회는 각 관련 위원회별로 소관 업무를 담당하는 집행위원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한 뒤 오는 9, 10월쯤 본회의를 열어 집행위원단 인준 투표를 하게 된다.


앞서 폰데어라이엔은 지난 2일 EU 회원국 정상의 회의체인 EU 정상회의에서 압도적 지지로 차기 EU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된 바 있다.


그러나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폰데어라이엔호 집행위'의 리더십이 다소 약화한 상태에서 출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였다. 폰데어라이엔이 인준을 받는 데 필요한 최소 표(가결정족수)는 374표였기에 9표 차로 아슬아슬하게 인준 투표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앞서 영국 파이낸설타임스는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400표를 밑도는 표를 얻는다면 그녀의 권한은 매우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집행위원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11월 1일 임기를 시작하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당장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문제, 미국과의 관계개선, 무역갈등 해소, 기후변화 주도 등 산적한 현안을 떠안게 됐다.

예정대로라면 영국은 그의 취임 하루 전인 10월 31일 EU를 탈퇴할 예정이다. 특히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적잖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이날 인준 투표에 앞서 실시한 정견발표에서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영국이 추가로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것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그는 오는 2050년 EU에서 실질적인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 중립성'을 달성해 기후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리천장'을 깨고 EU를 이끄는 '수장'으로 우뚝 서는 예상치 못한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정치인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사실 폰데어라이엔의 정치적 배경과 이력은 매우 탄탄하다. 아버지인 에른스트 알브레히트가 중도 우파 정치인이었으며, 니더작센주 총리, EU 집행위원회 관료 등을 지내기도 했다. 폰데어라이엔은 산부인과 의사 겸 의대 교수를 지내기도 했지만, 이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중도보수 기독민주당 소속으로 니더작센주 지방의회를 통해 정계에 진출한다. 


이어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발탁돼 2005년 가족여성청년부 장관을 맡으며 40대 중반에 화려하게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며 체급을 한 단계 올렸다. 


2013년 12월에는 독일에서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국방부 장관을 맡아왔다. 그는 전날 유럽의회의 집행위원장 인준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장관직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폰데어라이엔은 7명의 자녀를 출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출산률이 높아져야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폰데어라이엔은 남성의 2개월 유급 육아휴직 제도 등을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섰다. 인준투표 전 다산을 한 여성 후보라는 점이 득표전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노동부 장관 재임당시에는 대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 할당제, 최저임금제 등 중도진보 성향의 정책을 추진했다. 국방부 장관을 맡은 뒤에도 사병 복지에 신경을 썼다. 그러나 연방군 내 극우주의자 활동, 신병 모집 논란, 장비 부족과 부실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독일 내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차기 EU 집행위원장에 선출되면서 국내정치를 넘어서 국제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랜 친구인 폰데어라이엔이 EU 집행위원장이 된 것을 축하하며 현 독일 국방장관은 헌신적인 유럽인이라고 칭송을 보냈다. 그는 공식성명에서 "설득력 있고 헌신적인 유럽인이 유럽위원회의 위원장이 될 것이기 때문에 기쁘다"며 "오랫동안 봉사한 장관을 잃는 것이지만 브뤼셀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얻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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