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의 마지막 퍼즐 '분양가 상한제'…집값 잡을까
김이현
| 2019-08-21 11:43:54
'양날의 칼' 부정평가에 국토부 반박…"효과 있지만 지켜봐야"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에 이어 강력한 규제 카드인 '분양가 상한제'를 꺼내 들었다. 기존 정책은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 중점을 뒀다. 비어있던 퍼즐인 '분양가 상한제'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덜고 기존 주택 시장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이다.
사실상 폐지됐던 제도가 부활하자 잡음이 적잖다. 과거 실패했던 부동산 정책을 되풀이한다는 비판부터 향후 부작용으로 더 큰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각종 우려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만에 하나의 부정적 영향까지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10월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시장, 업계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양가·주변 집값 동반 상승하자 '극약처방'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의 핵심은 '지정요건 완화'다. 땅값에 건축비를 더한 값인 분양가를 정부가 통제하는 분양가 상한제는 발동 요건 자체가 엄격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직전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이어야 했다. 전제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실제 반영된 경우가 없었다.
그런 터에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치솟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률은 21.02%로 기존주택 가격 상승률 5.74%에 비해 약 3.7배 높았다. 더욱이 최근 서울 집값의 흐름도 심상치 않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커졌고, 일반 아파트로 확대됐다. 주변 아파트값이 시세에 반영돼 분양가가 오르고 높아진 분양가가 또다시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자 정부가 직접 나서서 순환 관계를 끊겠다는 각오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과열지구'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40% 적용, 재건축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전매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 지역이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기 때문에 '특별 관리'를 받는 곳이다. 오는 10월부터 전국 31곳의 투기과열지구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정책 체계의 일관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시장에서 안정적인 예측이 가능하도록 대상을 넓힌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지정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도 앞당겨졌다. 적용 범위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다. 앞으로는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된다. 후분양 방식을 통해 정부의 고분양가 관리를 피하는 꼼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
국토부는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70~80%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반대로 보면 구매자로서는 분양에 당첨만 되면 비싼 아파트를 싼값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양산된다는 우려가 나온 까닭이다. 이에 국토부가 추가로 확대한 것이 '전매제한기간'이다. 한 마디로 실수요가 아닌, 사고 파는 거래를 제한다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전매제한기간은 3~4년이다. 이 기간을 최장 10년까지 늘렸다. 그만큼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 기간도 늘어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10년이 지나서 시세차익을 얻더라도 그 동안 대출이자를 냈으니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모든 부작용에 대비해 최대한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시장 불안 초래" 지적…재건축 업계 반발
그럼에도 '양날의 칼'을 들었다는 평가가 적잖다. 집값 안정 효과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당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가져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에 차질을 빚어 더 큰 시장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기존 집값의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재개발·재건축 업계도 거세게 반발했다. 일반 분양가가 싸게 정해지면 재건축 아파트 입장에서는 수익이 당연히 줄어든다. 반대로 재건축 조합이 부담해야 하는 사업비는 늘어난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후분양을 저울질하던 재건축 단지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입찰 제안서에 최저 분양보증 가격을 제시한 강남권 일부 사업장은 상한제가 적용되면 이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조합은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보완 대책 있다"…정부, 조목조목 반박
정부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토부는 '팩트 체크' 자료를 이례적으로 내놨다. 공급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분양가에 적정 이윤이 반영되고, 품질 향상에 드는 비용도 가산비로 참작된다"면서 "향후 수도권에서는 주택 30만 호가 공급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5개 신도시를 비롯한 30만 호 공급대책, 104만 호 공공임대주택을 위한 주거복지 로드맵과 같은 기존 정책이 상한제와 맞물려 진행된다는 것이다.
기존 주택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지난 8·2대책과 9·13대책으로 대출, 세제, 청약 등 관련 규제도 갖춰져 있어 풍선효과 발생 우려는 크지 않다"면서 "부담 가능한 수준의 가격으로 주택공급이 지속한다면 기존 주택 수요도 분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건축 단지 적용 시점을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까지 넓힌 것에 대해서도 "법리 검토 결과 분양 승인을 받기 전이라면 분양 관련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조합원의 기대이익보다 가치가 크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거나 재현되는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필요한 조치를 언제든지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일변도라는 비판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효과는 분명 나타나지만, 상황 유동적"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안정화되고, 서울 아파트의 오름세가 주춤할 것"이라면서도 "시장 참여자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공급 부족 신호로 강하게 받아들인다면 불안 심리에 자극받아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프레임의 문제"라면서 "재건축 타격, 분양 대박, 공급 부족 중 어느 쪽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시장의 영향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단기보다는 6개월 정도 지나면서부터 시장에 하방 압력이 강력하게 가면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로또(아파트)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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