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장 'LPG차 패싱'논란…자동차업계는 딱 맞춰 출시?

김이현

| 2019-04-02 09:05:54

문재인 대통령 지시 후 일주일도 안돼 LPG차량 규제 철폐
홍남기 부총리, 언론보도 통해 뒤늦게 알았다는 논란 불거져
▲ 일반인의 액화석유가스(LPG)차량 구매 가능일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서울 한 충전소에서 LPG차량이 충전을 하고 있다. [뉴시스]

 

누구나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LPG차량 규제가 풀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을 26일 공포·시행했다. 이른바 'LPG법'이 시행되면서 택시·렌터카·장애인용 등으로 사용이 제한됐던 LPG 차량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유는 '미세먼지' 저감이다. 미세먼지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이 심한 디젤차를 줄이고, LPG차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클린 디젤' 정책으로 경유차 보급을 촉진했던 10년 전과는 판이한 상황이다. 결국 LPG 택시가 보급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37년간 이어져온 LPG 차량 허용 여부를 '미세먼지'가 푼 셈이다.

 
그런데 추진 과정에 석연찮은 대목이 있다. LPG 차량 관련 규제 폐지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현대차는 때맞춰 신형 쏘나타 LPG 버전(LPi 2.0)을 출시했다. 경제를 총괄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LPG차량 규제 폐지 소식을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패싱(건너뛰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 지난 3월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기재부 "LPG 규제완화 이미 지난해 연말 논의"

민주당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당정 협의를 갖고 LPG 차량 관련 규제를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법안은 12일과 13일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했다. 일부 언론은 "홍 부총리가 LPG 차량 규제 폐지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전해 듣고 기재부 관계자들을 크게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한해 3000억 원 재정이 들어가야 하는 사안이 경제부총리를 배제한 상태에서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것이다. "LPG 차량 판매 규제 완화는 사회 분야 대책으로 총리실을 통해 청와대 보고가 이뤄져,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도 관련 내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LPG 차량 일반 판매 허용 결정은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 먼지 대책은 환경부 혼자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이니, 모든 부처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대통령과 총리의 힘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지시한 뒤 1주일도 안 돼 이뤄졌다.


기재부는 곧바로 반박했다.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산업부 차원의 당정협의에서 LPG차량 사용 제한 완화가 결정되는 등 사용제한 완화 공감대는 이미 지난해 연말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 과정에 기재부도 의견을 제시하는 등 관련 논의에 참여해왔다는 얘기다.

 

질책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윤 대변인은 "관련 법안 처리가 3월 중순에 이뤄졌고 미세먼지 대응 차원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처리가 진행됐다"며 "이 과정에서 관련 실국이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감 있는 모니터링을 당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패싱'이라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교류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SM6 [르노삼성차 제공]

르노삼성, 개정법 시행 첫날 LPG차 내놔

규제 철폐에도 당장 구매 가능한 LPG차량은 제한적이다.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LPG 승용 차량은 주로 택시나 렌터카 등 중형차 라인업에 집중돼 있다. 현대차 아반떼·쏘나타·그랜저와 기아차 K5·7, 르노삼성 SM5·6·7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용은 자가용 대비 트림과 옵션이 다양하지 않다. 판매량 확대가 당장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하지만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이 있다. 르노삼성은 개정법 시행에 앞서 LPG 판매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왔다. 르노삼성의 경우 LPG차 판매 관련 인증부터 가격 책정까지 철저하게 대비했다. 개정법 시행 첫날 판매가 가능한 유일한 브랜드로 SM6 2.0 LPe와 SM7 2.0 LPe 등 LPG 차량이 나왔다.


때마침 현대·기아차도 5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인 신형 쏘나타에 LPG 모델을 포함시켰다. 일반 판매용 LPG 차량인 인스퍼레이션(LPi 2.0)을 함께 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신형 쏘나타 출시에는 완전한 판매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그간 신차를 발표할 때 가솔린 차량과 디젤 차량을 동시에 발표하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또한 디젤 버전을 판매하지 않고 △가솔린 2.0 △LPI 2.0의 예약판매를 먼저 시작했다. LPG 규제 완화를 예상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규제가 완화된다는 건 작년부터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일반 쏘나타에서 LPLi(LPG 액상분사방식)자연스럽게 추가되는 것이기에 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실제 LPG엔진과 가솔린엔진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접근이 용이하다"면서 "현대차가 정부의 기조에 호응하기 위해 일정 부분 LPG차량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LPG 규제 완화를 미리 알고 일반 판매용 LPG차량을 준비한 건 아니다"면서 "법인용과 장애인용이 나가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엔진을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 5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신형 쏘나타' [현대차 제공]

신형 쏘나타, 택시 전략도 수정가능성 높아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판매 전략도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택시'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신형 쏘나타LPG 모델을 택시로 출시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LF 쏘나타는 택시용을 생산했음에도 지난해 판매량이 6만 대 수준에 그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쏘나타 판매량은 2010년 15만1377대를 기록한 뒤 2014년 10만7836대, 2016년 8만2203대, 지난해 6만5846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대차가 초기 판매 상황을 지켜본 뒤 택시 판매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세단이 줄고 SUV가 늘어나는 시장 상황과 LPG 자체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신형 쏘나타 파급력이 클지는 미지수"라면서 "대외적으로는 택시 판매를 안 한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택시까지 염두하고 개발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신차부터 택시로 나가게 되면 평가절하가 되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교수도 "신형 쏘나타가 1년 정도 물건이 팔리고 난 이후 판매량이 늘어난다면 택시 쪽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절대 안 바꾸겠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단은 택시용 판매는 안 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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