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소설이 일으킨 나비효과
이성봉
| 2019-06-04 11:11:44
자그레브에 한국 문화-스포츠센터 설립 등 합의
풀라 원형경기장에서 K-팝 공연 개최도 추진키로
신기남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은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크로아티아를 공식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서 한국과 크로아티아는 앞으로 양국 관계를 다지고 민간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달 27일 신 위원장을 만난 밀란 반디츠(Milan Bandic) 자그레브 시장은 한국 문화-스포츠 센터 건립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에 합의했다. 자그레브 시는 이미 지난 2015년 부지를 기증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반디츠 시장은 20년간 수도 자그레브의 행정을 맡아온 중견 정치가로, 서울시와 다방면의 교류를 위해 한국을 공식 방문하겠다는 희망도 나타냈다. 한국의 도심 개발과 성장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기업과 건설사들의 적극 참여도 당부했다.
이번 만남은 다미르 쿠센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와 과학예술학회 전 회장을 역임한 즈본코 쿠시츠(Zvonko Kusic) 박사가 주선했다. 또한 태권도 7단인 타마라 프라디건(Tamara Pradegan) 스포츠 클럽 대표와 최근 크로아티아 관광청 한국지사장으로 임명된 조란 호르밧 (Zoran Horvat) 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번 방문은 신 위원장이 지난 1월 '신영'이라는 필명으로 장편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을 펴낸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소설은 크로아티아를 배경으로 쓴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작품이라 할 수 있다. 출간 뒤 쿠센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도 신영 작가와 이 소설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이 만나기에 이르렀다.
신 위원장은 쿠센 대사와 만났을 때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크로아티아산 와인을 마시며 길게 얘기했다. 쿠센 대사도 소설을 읽고 싶다고 하기에, 그러려면 번역을 해야 한다. 번역은 바로 크로아티아어로 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다 한국-크로아티아 합작 영화를 만들면 멋진 로드무비가 되지 않겠느냐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그 뒤 두 사람은 다시 5월 10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만났고,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니나 오불렌 코르지네크(Nina Obuljen Koržinek) 크로아티아 문화부 장관에게 양국 문화 교류에 대한 친서를 보내게 되었다. 이번 방문은 박 장관의 친서를 코르지네크 장관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울러 크로아티아의 문화, 예술, 체육, 관광, 교육 등 각계 인사도 만날 수 있었다.
신 위원장이 이번 방문 동안 김동찬 크로아티아 주재 대사를 비롯해 니나 오블렌 코르지네크 문화부 장관과 밀란 반디츠 자그레브 시장, 프란코 마스투시츠(Fraco Matušić) 관광부 차관, 크레쉬미르 쌰미야(Krešimir Šamija)체육부 차관, 드라간 프리모라츠(Dragan Primorac) 현 대통령 고문이자 전 과학기술교육부 장관, 즐라코 마테샤(Zlatko Mateša) 전 총리 겸 현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야센카 자예츠(Jasenka Zajec) 자그레브 국립대학 도서관 국제협력관, 다르코 코므소(Darko Comso) 이스트리아 고고 박물관장, 크리스티안 스타니취츠(Kristijan Staničić) 관광청장 등 정관계 인사뿐 아니라, 자그레브 국립극장 이비카 불란(Ivica Buljan) 연극 예술감독과 레오나르드 야코비나( Leonard Jakovina) 발레 예술감독, 국영 영화제작소인 크로아티아 오디오비디오센터 크리스토퍼 피터 마르치취( Christopher Peter Marcich) 관장, 마르코 트레보티츠(Matko Trebolić) 화가 등 학술, 문화예술계 인사 들도 두루 만났다.
이에 따라 양국 문화 교류에 대한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자그레브 국립대학 도서관은 슬라브 문자의 원형으로 1851년에 발견된 글레고리틱 문자판 복사본을 보관하고 있다. 이 문자판은 크로아티아어와 문자문화를 알리기 위해 내년 한국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풀라 원형경기장에서 K-팝 공연 개최를 추진하는데도 합의했다.
신 위원장이 펴낸 소설은 특별한 화제거리였다. 한국인이 크로아티아 역사와 자연, 예술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크로아티아 국영 TV를 통해 방송된 신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동시통역으로 전국에 방송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크로아티아의 관심도 남달랐다. 태권도는 이미 1만5000명이 배우고 있는데다 크로아티아 지역 태권도 대회와 승단 승급 대회도 열리고 있다. 행사 때마다 크로아티아 국가와 애국가를 같이 불러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문화 외교 사절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크로아티아 관광청은 오는 9월 한국지사를 개설하기로 하고 조란 호르밧 씨를 지사장으로 내정했으며, 관광청장도 6월경 방한할 예정이다. 아울러 마테샤 올림픽위원장도 오는 7월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기간 중 방문할 것이라며, 한국 언론과 만날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양국 교류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간의 참여가 중요하다. 신 위원장 일행과 한-크로아티아 비즈니스클럽 회장인 조간 로르바츠와 사무총장은 두 나라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민간 채널의 교류 확대를 협의했다.
이와 관련 한국 측은 이번 방문 기간 중 협의한 도서 번역, 영화 공동 제작, 스포츠 및 문화교류, 풀라 원형경기장 콘서트, 리예카 2020 한국 주간 행사 참여 등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창구를 마련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한-크로아티아협회 창설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극히 짧은 시간에 이뤄진 한-크로아티아간 문화 교류 활성화와 협력 체제 구축은 그야말로 신영 작가의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남 사람>이 일으킨 나비효과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학적이고 드라마틱한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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