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버 파글렌, '2026년 LG 구겐하임상' 수상자로 선정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6-03-18 07:47:49
"세상을 다르게 보는 힘"…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예술가
LG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추진하는 'LG 구겐하임 아트 앤 테크놀로지 이니셔티브'의 네 번째 수상자로 현대 미술가 트레버 파글렌(Trevor Paglen)을 선정했다.
LG와 구겐하임 파트너십은 17일(현지시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트레버 파글렌의 작품은 인공지능, 컴퓨터 비전, 디지털 인프라 및 확장된 풍경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바탕으로 디지털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구조물에 가시성을 부여한다"며 선정 배경을 밝혔다.
이번 선정은 LG가 단순한 기술 기업을 넘어,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깊이 성찰하고 인간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LG그룹과 세계적인 현대 미술관인 구겐하임의 아트 & 테크 파트너십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매년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예술 작품 활동을 통해 현대 예술계의 지평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한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국제 예술상이다.
수상자는 국제적인 위상을 갖춘 뮤지엄 관장, 큐레이터, 학자와 예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 위원단이 선발하며, 트로피와 함께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메릴랜드주 캠프 스프링스 출신으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파글렌은 단순한 예술가를 넘어 연구자이자 엔지니어적 관점으로 기술에 접근한다. 그는 풍경 렌더링, 첨단 기술, 사진의 역사를 넘나들며 권력과 비밀, 그리고 감시 체계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집요하게 파헤친다.
특히 그의 작업은 디지털 이미지가 형성되는 과정과 그 이면의 기계적 장치를 조사하는 데 집중돼 있다. 사진부터 시뮬레이션, 원격 탐사, 조각, 저술에 이르기까지 매체를 가리지 않는 그의 작업 방식은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으나 인식하기 어려운 시스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파글렌의 예술적 가치는 전 세계 유수의 기관들을 통해 입증됐다. 그는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2018),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2019), 프랑크푸르트 미술관(2015)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런던 테이트 모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최고 권위의 미술관 단체전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A) 등 세계적인 국공립 미술관에 소장돼 현대 미술사의 중요한 지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공로로 2014년 전자프론티어재단(EFF) 상을 받은 데 이어, 2017년에는 '맥아더 펠로우십'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탐구 예술가로 공인받았다.
파글렌의 통찰은 전시장을 넘어 텍스트로도 확장될 예정이다. 오는 5월 19일, Verso 출판사를 통해 그의 차기작 '기계처럼 보는 법(How to See Like a Machine)'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보편화된 시대에 기계의 시각이 인간의 삶과 사회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그의 심도 있는 연구를 담고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LG 구겐하임 어워드 심사위원단은 "파글렌은 기계적 시스템이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생산'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불투명한 기술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 왔다"며 "그의 혁신적인 연구와 지적 도전 정신은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적 성취 중 하나"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나오미 벡위드(Naomi Beckwith)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부관장 및 수석 큐레이터는 "파글렌의 작업이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질서를 드러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파글렌은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다르게 형성될 수 있는지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관객에게 부여한다"고 말했다.
박설희 LG 브랜드담당 수석전문위원은 "우리는 AI 역량을 고도화하면서 진정한 혁신에는 투명성, 책임감, 그리고 인간 중심적인 기술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파글렌의 비전을 기림으로써, LG는 강력할 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 정립되고 인간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AI 미래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트레버 파글렌에 대한 시상은 오는 5월 14일에 열리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영 컬렉터스 카운슬(YCC) 파티에서 시상될 예정이다. LG전자는 2027년까지 구겐하임 미술관의 YCC 파티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다.
LG는 기술이 실질적으로 예술에 영감을 주고 새로운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예술가들과의 협업도 이어간다.
오는 5월 뉴욕에서 진행되는 구겐하임 현지 수상자 축하 행사 등에서는 OLED 기술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이 창작자의 의도를 가장 온전하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단순한 후원을 넘어 아트 & 테크 분야의 학술적 근간을 다지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파트너십은 2023년부터 구겐하임 미술관에 전문 학예 연구 큐레이터 포지션을 운영 중이다.
이 자리에 선임된 노암 시걸(Noam Segal) 박사는 파트너십 전담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기술을 활용한 전시 활동과 작가 발굴 등 국제 예술계에서 아트 & 테크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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