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다리 붕괴 새 국면…메릴랜드주 "현대重 책임 묻겠다"

서승재 기자

seungjaeseo@kpinews.kr | 2026-05-18 08:01:17

美 메릴랜드주, 사고 선박 선주·관리사와 3조원대 민사합의
주 법무장관 "추궁 끝난 것 아냐…건조사 책임 끝까지 묻겠다"

배가 부딪혀 다리가 무너졌다.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배를 몰았던 쪽일까, 배를 만든 쪽일까.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다. 

 

지난 2024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다리 붕괴 사고의 법적 공방이 2년 넘게 이어지는 중이다. 싱가포르 기반의 해운 회사가 HD현대중공업이 만든 배 달리(Dali) 호를 몰다가 다리에 부딪혔다. '제조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주장과 '운항 실수'라는 주장이 맞선다.

 

▲ 2024년 3월 볼티모어항 입구의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를 무너뜨린 대형 화물선 달리가 다리 구조물에 걸려있다. [AP 뉴시스]

 

미국 메릴랜드주 정부는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보는 모양새다. 18일 미 법률전문매체 Law360에 따르면 앤서니 브라운 메릴랜드주 법무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다리 붕괴에 책임이 있는 선박 건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선박 달리(Dali)호 소유주인 그레이스오션(Grace Ocean Private Ltd.)과 운항 관리사 시너지마린(Synergy Marine Pte Ltd.)을 상대로 22억5000만 달러(약 3조2000억 원)에 달하는 민사 합의금을 확보했다고 밝힌 직후였다. 브라운 장관은 "이것으로 책임 추궁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HD현대중공업을 직접 겨냥했다. 지금까지 '배를 운항한 쪽'의 책임을 규명하는 데 맞춰졌다면, 이제 '배를 만든 쪽'으로 화살이 향하는 국면이다.

 

사고 당시 상황은 이랬다. 2024년 3월 26일 새벽, 달리호는 볼티모어항을 출항하던 중 갑자기 전력을 잃었다. 배전반 안에 있던 약 10cm짜리 느슨한 신호선 하나가 1차 정전을 일으켰고, 이후 2차 정전까지 이어지면서 선박은 통제력을 잃었다. 

 

닻을 내려 속도를 줄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배는 로 프랜시스 스콧 교각을 들이받았다. 다리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HD현대중공업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지난해 11월 최종 보고서에서 "'유력한 원인(probable cause)'은 전선 라벨 밴딩의 부적절한 설치로 인한 느슨한 신호선 연결 불량"이라고 지목한 뒤 "전선 라벨 밴딩의 부적절한 설치 방법을 표준 운영 절차에 반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전선이 부실하게 설치된 데는 HD현대중공업의 책임도 있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동시에 여러 법적인 압박을 받게 됐다. 우선 메릴랜드주는 NTSB 보고서를 근거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선박 운항사 측이 물게 된 3조 원대 합의금 규모를 감안하면 향후 법적 다툼 따라 HD현대중공업도 큰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그레이스오션과 시너지마린이 펜실베이니아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별도 민사 소송도 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들은 "HD현대중공업이 달리 호의 배전반을 결함이 있도록 설계해 전선 연결 불량이 발생했고, 이것이 정전과 충돌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자신들의 잘못을 건조사에 떠넘기려는 시도"라는 취지로 맞서는 중이다.

 

아울러 법원 밖에서도 런던해사중재인협회(LMAA)의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재는 중재 재판부가 구성된 상태이며, 본안 심리는 2027년 11월로 예정돼 있다. 

 

현대중공업측은 "NTSB가 느슨한 전선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했지만, 이것이 현대중공업의 과실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시너지마린과 시너지 마리타임에 대한 민사합의와 별개로 형사 기소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이들의 책임이 크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KPI뉴스 / 서승재 기자 seungjaese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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