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역주행 '휠라' 벤치마킹 열풍…코오롱·네파 '10대' 공략 박차
남경식
| 2018-12-16 01:33:20
헤드·네파, '10대 맞춤' 가격·콜라보레이션·유통망 구축
최근 경기 불황으로 여러 기업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유독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휠라의 나홀로 고공행진은 10대 고객 확보가 견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포츠의류업계에서는 '10대 공략'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휠라가 오랫동안 해온 '영타깃' 마케팅이 지난해부터 빛을 발하고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면서 10대 뿐 아니라 다른 연령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휠라의 실적 호조를 이끈 효자상품은 어글리슈즈 '디스럽터2'다. '디스럽터2'는 1997년 출시된 디스럽터의 후속 버전으로 지난해 6월 국내에 공시 출시돼 어글리슈즈 열풍을 선도했다.
올해 11월까지 국내에서 총 150만개가 팔렸으며, 전세계적으로는 연말까지 1000만개 판매가 예상된다. '디스럽터2'는 미국 신발 전문매체 '풋웨어 뉴스'의 '2018 올해의 신발'로도 선정됐다.
어글리슈즈는 투박한 복고풍 디자인의 신발을 뜻하며, 젊은 세대에게 아날로그 감성이 신선하게 느껴져 인기를 끄는 '뉴트로' 열풍을 대표하는 아이템이다.
디스럽터2는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10대들 사이에서 휠라의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 또한 상승했다. 10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SNS 입소문에 힘입어 20대는 물론 3040세대도 휠라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휠라의 실적은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휠라의 올해 3분기 매출은 7853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7632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영업이익률도 14.5%로 지난해 7.8%의 두배에 가깝다. 휠라를 운영하는 휠라코리아(대표 윤근창)의 주가는 올해 초 1만6000원대에서 12월 5만원대까지 상승했다.
휠라는 2016년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고 타깃 고객을 4050에서 1020세대로 낮춘 바 있다. 기존 고객이 빠져나가면서 한동안 매출 하락이 이어졌지만, 지난해 말부터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휠라 관계자는 "2016년부터 10대를 사로잡겠다는 목표가 있었다"며 "매출 증대보다도 스포츠 브랜드다운 젊고 액티브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우선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패션의 메인 트렌드는 10대가 주도한다"면서 "100년이 넘는 휠라의 브랜드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뉴트로' 트렌드를 일찍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휠라가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이끈 이면에는 숨은 주인공 윤근창 사장이 있었다.
윤 사장은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아들이다. 아버지인 윤회장은 공격적 경영자인수(MBO, 전문경영인이 회사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방식으로 휠라USA, 글로벌 본사를 인수한 데 이어 타이틀리스트, 풋조이등을 보유한 글로벌 골프용품업체 아쿠쉬네트까지 인수하며 '샐러리맨 신화'를 만들어온 바 있다.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일까. 윤 사장은 카이스트 컴퓨터공학 석사,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MBA를 수료한 이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던 휠라USA에 구원투수로 등판해 3년만에 흑자전환을 일구고, 2015년엔 2007년 인수당시보다 10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2015년 윤 사장은 휠라코리아에 합류해 "이름빼고 모두 바꿔라"고 임직원에게 주문하며 브랜드리뉴얼을 주도해왔다. 올해부터는 기존 공동대표 체제이던 휠라코리아의 단독 대표를 맡아 주도적으로 빠른 의사결정를 추진해왔다.
코오롱FnC가 운영하는 스포츠브랜드 '헤드'도 10대들의 호응을 바탕으로 '제2의 휠라' 자리를 노리고 있다.
헤드는 온라인 단독 아이템 가격을 기존 상품 대비 30% 낮추고,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10대의 접근성을 높였다.
헤드를 운영하는 코오롱FnC가 자사 온라인쇼핑몰 '코오롱몰' 고객을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헤드 상품을 구입한 10대는 전년 동기 대비 8배 가까이 늘었다. 20대 역시 약 5배 증가했다.
서정순 코오롱FnC 부장은 "헤드는 올해 상반기에 10대까지 어우를 수 있는 디자인과 상품 기획에 중점을 뒀다"며 "10대 고객들과 함께 호흡함으로써 브랜드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헤드는 백화점 매장을 잇따라 철수시키는 반면, 젊은 세대가 주로 찾는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와 W컨셉, 오프라인 편집숍 에이랜드, 원더플레이스 등에 입점하고 있다.
헤드 관계자는 "어글리 스니커즈 '스크래퍼'가 10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며 "뉴트로 트렌드로 인해 10대들이 '헤드'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대표 이선효)'도 적극적으로 10대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해 네파는 중고등학생의 교복에 어울리는 디자인의 롱패딩 '사이폰'을 출시했다. 10월에는 1020세대의 트래픽이 높은 온라인쇼핑몰 '무신사'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네파 관계자는 "네파는 성인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젊은 세대가 상품을 구매하고 소통하는 채널로 들어가는 등의 노력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가져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네파는 YG엔터테인먼트 출신 모델들을 섭외해 화보를 만드는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세련된 감성의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정동혁 네파 마케팅본부 전무는 "향후 네파는 영타깃 층이 선호하는 매체와의 콜라보레이션 및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겠다"고 강조했다.
10대 고객을 확보하려는 패션 브랜드들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충성도 높은 10대 고객을 확보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고객층이 형성된다는 뜻"이라며 "스포츠 뿐만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 등 여러 업계에서 10대 고객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10대는 제품을 소비할 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를 스스로 확산시키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도 크다"면서도 "휠라의 급성장에는 상당한 시간과 뒷단에서의 숨은 노력이 필요했듯, 10대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라는 인식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세심한 전략, 장기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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