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서 맞붙은 韓日…日 "안보 위한 조치" 주장 되풀이

오다인

| 2019-07-25 01:44:12

정부 "日 수출규제, 징용판결 관련 정치적 목적" 비판
日 측에 '고위급 1대1협의' 제안했지만, 日 응답 회피
日 "안보 관점 조치…WTO 의제로 적절치 않아" 반복
美 비롯한 제3국들, 입장 대립 첨예한 만큼 발언 자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안건으로 논의된 24일(현지시간) 한일 양국이 스위스 제네바 회의장에서 맞붙었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WTO 규범을 위반했다고 몰아세운 반면, 일본은 안보를 위한 수출관리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WTO 일반이사회 참석 결과에 대한 자료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국제사회에 끼칠 폐해를 설명하고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WTO 일반이사회는 사실상의 WTO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164개 전체 회원국 대표가 중요 현안을 논의한다. 2년마다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 기간이 아닐 때는 일반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기능한다.

정부는 WTO 일반이사회를 통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전파하면서 일본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부각시켰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이번 조치의 부당성을 알렸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사실상의 수출제한으로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을 보장하는 WTO 규범을 위반한 것이므로 조속히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반해 일본 정부는 "안보 관점에서 수출관리 운영을 재검토한 것으로 WTO의 규칙을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지난 22일 오후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참석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수석 대표인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일본 측 조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양국 갈등에서 기인한 조치였다"고 규정하면서 "정치적 목적에서 세계 무역을 교란하는 행위는 WTO 기반의 다자무역질서에 심대한 타격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일본은 자유무역체제의 가장 큰 수혜국이자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으로서 자유·공정무역을 강조해 왔다"면서 "(오사카 G20 정상회의가 열린 지) 불과 한 달 만에 이와 정반대인 조치를 한국만을 특정해 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 측 조치는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의도적으로 겨냥하고 있지만, 국제적 분업 구조상 이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산업 생산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日 "안보 관점 조치…WTO 의제로 적절치 않아"

일본 측은 이번 조치가 강제징용 사안과는 무관하며 안보상의 이유로 행하는 수출관리 차원의 행위이므로 WTO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WTO 일반이사회의 일본 측 발언자로는 애초 예정됐던 야마가미 신고 일본 외무성 경제국장 대신 이하라 준이치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 대사가 나섰다.

이하라 대사는 "한국이 언급한 조치는 국가 안보라는 관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WTO에서 의제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이 교역 절차를 개선할 것이라는 신뢰 아래 2004년 교역 절차를 간소화했지만, 최근 3년간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요구에 한국이 응하지 않아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추가로 한국으로의 수출 중 부적절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 대해 간소화했던 수출 절차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은 일본의 조치가 자유무역에 어긋난다고 주장하지만 자유무역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민감한 상품이나 기술을 아무런 통제없이 교역할 수 있게 허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정부 '1대1 협의' 제안에도 일본 '묵묵부답'

정부는 일본 측에 양국 대표단 간 별도의 1대1 협의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일본 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본의 협의 불응에 강한 실망감을 표명하면서 "구체적 사유를 적시하지 않은 채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고 계속된 협의 요청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김 실장 역시 이날 오후 일본의 수출규제 안건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외신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오전 중 고위급 대화를 제안했지만 지금까지도 답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의 대화 거부는 일본이 (스스로) 한 행위를 직면할 용기도, 확신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눈을 감고 귀도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은 이번 조치 발표 후 20일 동안 일관되게 직접적인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의 조치는 명백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외교적 보복"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문제를 일본 정부와의 대화로 풀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김 실장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이날 오후 회의가 재개된 후에도 일본 대사에게 양자 대화를 재차 요구했지만 일본 측에서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한국과 일본이 공방을 벌이는 동안 다른 회원국들은 이 안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한일 양국 간 입장 대립이 첨예한 사안인 점을 감안해 별도의 입장 표명을 자제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재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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