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저' 소년공, 거듭된 기소·테러 딛고 대통령 되다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 2025-06-04 02:47:47
2006년 정치 입문…성남시장·경기지사 역임
2022년 20대 대선에서 0.73%p 차이로 석패
민주당 대표 연임…대권 도전 3수 끝에 당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일 치러진 21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4일 오전 중앙선관위의 당선 의결 즉시 21대 대통령으로서 직무 수행을 시작한다.
호적상 1964년생인 이 당선인은 경북 안동에서 가난한 가정의 5남 4녀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졸업 후 경기도 성남으로 이주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했다. 이 당선인은 2021년 10대 시절을 회상하며 "흙수저도 못 되는 무수저"라고 밝힌 바 있다.
검정고시로 중·고졸 학력을 취득하고 중앙대 법대에 진학했다. 1986년 졸업 후 사법 시험에 최종 합격한 이 당선인은 성남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시민 운동에 참여했다. 2006년 지방 선거에서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낙선)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세 번째 도전 끝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처음으로 도전한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19대 대선이 조기에 치러진 2017년이다. 재선(2010·2014년 당선) 성남시장이던 이 당선인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국회의원 경험도, 중앙 정부 고위직 경력도 없는 중앙 정치 초년생이었다. 박근혜 정부와 맞서며 무상 복지 정책을 밀어붙이고,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지자 발 빠르게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며 관심을 모은 것 등이 주요 정치적 자산이었다.
경선에서는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던 문재인 후보를 강도 높게 공격했다. 이는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됐으나, 친문 지지층의 적잖은 반감을 사는 계기도 됐다.
경선에서 21.2%를 득표하며 문 후보(57.0%), 안희정 충남지사(21.5%)에 이어 3위를 했다. 대선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친노 핵심 안 지사와 득표율 격차가 0.3퍼센트포인트(p)에 불과할 정도로 선전하며 차세대 주자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 도전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친문 좌장 전해철 의원, 본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를 꺾고 경기지사가 됐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형수 욕설 사건 등 도덕성 문제는 두고두고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비하한 트위터 계정 주인이 이 당선인 부인 김혜경 씨라는 '혜경궁 김씨' 의혹으로 이 당선인과 친문 지지층의 관계는 더 악화됐다.
경기지사 시절 계곡 불법 시설 철거, 코로나19 시기 신천지 시설 봉쇄 등을 통해 강력한 행정가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친형 강제 입원 논란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항소심에서 2019년 9월 당선 무효형이 선고돼 지사직 상실 위기에 처한다.
2020년 7월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기사회생한다. 대법원 판결 후 지지율이 빠르게 상승한 이 당선인은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이낙연 전 총리를 제치고 당내 지지율 1위로 올라선다.
2021년 민주당 20대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며 두 번째로 대권에 도전했다. 경선에서 50.29%를 득표하며 이 전 총리(39.14%)를 누르고 대선 후보가 된다.
개운하게 마무리된 경선은 아니었다. 이 전 총리 쪽은 사퇴한 후보들의 표를 포함하면 이 당선인 득표율이 49.32%로 과반에 못 미친다며 결선 투표를 요구했다. 그러나 송영길 대표를 축으로 한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2년 3월 20대 대선에서 이 당선인은 47.83%를 득표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48.56%)에게 석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역대 대선 최소치인 0.73%p에 불과했다.
6월 이 당선인은 인천 계양을 보궐 선거에서 당선되며 국회의원이 됐다. 계양을은 송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 전 국회의원 5선을 한 곳으로, 이 당선인에게 연고가 있는 지역은 아니었다. 이어 8월 전당 대회에서 77.77%를 득표하며 민주당 대표가 됐다.
'이재명 죽이기'로 불릴 만큼 검찰의 이 후보 기소가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2023년 9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이 당선인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부결을 호소했던 이 당선인은 타격을 받지만,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10월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며 이 당선인은 당 대표로서 입지를 강화했다. 그러나 2024년 1월 부산에서 한 남성에게 목 부위를 흉기로 찔리는 테러를 당한다.
4월 22대 총선에서 이 당선인은 계양을에서 원희룡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고 민주당은 175석(비례대표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포함)을 확보한다. 선거 전 친명계 위주 공천으로 논란이 일었지만, 총선 압승으로 이 당선인의 당 장악력은 한층 높아졌다.
이 당선인은 8월 전당 대회에서 85.4%를 득표하며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다. 하지만 11월 고 김문기 씨에 대한 발언 등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선고되며 다시 위기에 처한다. 형이 확정되면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12월 3일 폭주하던 윤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자멸로 치달았다. 이 당선인이 이끄는 민주당은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가결을 주도했다.
2025년 3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을 뒤집고 이 당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며 조기 대선이 확정됐다. 10일 이 당선인은 21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다.
5월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이 당선인은 다시 위기에 처한다. 파기 환송심을 배당받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중인 15일을 공판 기일로 정하면서 긴장감은 더 고조됐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고법 재판부는 7일 '공판 기일을 대선일 이후인 6월 18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위증 교사 혐의 등 이 당선인과 관련된 다른 사건들의 재판 일정도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26일 대법원의 파기 환송 관련 논란을 다루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지만, 대선 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고 별다른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이로써 이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법정에 소환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KPI뉴스 /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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